한국인 자매가 '2013 선댄스 필름 페스티벌'의 화제작을 나란히 제작해 눈길을 끈다. 극영화 경쟁부문에 출품된 '마더 오브 조지(Mother of George)'에 각각 프로듀서 총괄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린 김새미(30).새롬(27) 자매가 그 주인공이다. 둘의 선댄스 입성은 올해가 두번째다. 2011년 처음 제작했던 엘리자베스 올슨 주연의 영화 '마사 마시 메이 말린(Martha Marcy May Marlene)'이 같은 부문에 출품돼 감독상(션 더킨)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이번 역시 나이지리아계 젊은 이민자 부부가 불임으로 고민하는 모습을 담은 영화 '마더 오브 조지'로 호평을 받고 있다. 독립영화를 주로 취급하는 대형 스튜디오 자회사와 배급 판권 체결도 눈앞이다. 자매가 선댄스 2연 타석 홈런을 치는 셈이다. 두 사람이 본격적으로 영화계에 발을 들인 것은 고작 3년 전이다. 럭셔리 차 브랜드인 마이바흐 가문의 장손 크리스 마이바흐가 2010년 설립한 제작투자사 마이바흐 필름 프로덕션에 인턴으로 발을 들이며 둘의 '할리우드 라이프'가 시작됐다. 둘의 주요 업무는 프로덕션으로 몰려드는 시나리오를 읽고 제작 투자 가능성이 높은 작품을 골라내는 일이었다. 언니인 김새미씨는 "'마이바흐'란 회사 이름 탓에 괜한 오해를 받고 싶지 않아 오히려 작품성 있는 저예산 독립 영화를 꾸준히 발굴해 왔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서는 조금씩 영화의 규모도 키우고 캐스팅에도 관여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증손녀 드리 헤밍웨이를 발굴해 만든 영화 '스탈렛'은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영화' 10편에 뽑히기도 했다. 올 하반기에는 제시 아이젠버그와 다코타 패닝을 내세워 제작한 영화 '나이트 무브'가 개봉 예정이다. 추리소설가 스티븐 킹의 원작 '톰 고드를 사랑한 소녀'도 영화화를 준비하고 있다. 모든 작품에 자매는 프로듀서 크레딧을 받았다. 어린 나이 짧은 기간 동안 엄청난 경력을 쌓다 보니 주변의 시기도 많았다. 김새롬씨는 "크리스 마이바흐에게 자매가 입양된 것 아니냐는 소리까지 들어 힘든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다 웃어 넘길 수 있는 내공이 생겼다"며 "따로 영화 공부를 한 적도 없지만 처음부터 작은 프로덕션에서 현장을 뛰며 배운 다양한 지식과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올해 초 설립된 마이바흐 필름 프로덕션 코리아의 일도 맡고 있다. 자매를 통해 박찬욱 봉준호 이창동 등 한국 감독의 열혈팬이 된 크리스 마이바흐가 한국 영화계와의 교류를 꿈꾸며 만든 지사다. 둘은 "할리우드에서 뛰고 있는 한국인으로서 한미간 영화 공동제작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각오를 전했다. 파크시티=이경민 기자
2013.01.24. 18:50
선댄스가 온통 박찬욱 얘기 뿐이다. 중반으로 접어 든 2013년 선댄스 필름 페스티벌의 모든 화제는 박찬욱 감독의 첫 영어 영화인 '스토커(Stoker)'로 모아졌다. 21일 열린 월드 프리미어에 이어 22일 열린 상영회까지 그 열기가 이어지며 분위기는 한층 더 뜨거워졌다. 드디어 베일을 벗은 '스토커'는 관객과 평단 모두를 완벽하게 매료시켰다. 영화는 그리 사이가 좋지 않은 에블린(이비.니콜 키드만) 인디아(미아 와시코브스카)모녀와 아버지 장례식장에 갑작스레 나타난 삼촌 찰리(매튜 굿)의 이야기다. 단순하면서도 겹겹이 층을 이루며 심도를 더해가는 강렬한 이야기 구조는 98분의 러닝타임 동안 객석을 무섭도록 파고들었다. 놀랍도록 치밀하게 디자인된 영상과 사운드는 비밀스러운 캐릭터들과 더해지며 섬뜩한 긴장감과 서늘한 아름다움을 동시에 선사했다. 엄마와 딸 삼촌의 불편하고도 팽팽한 삼각관계는 한 특별한 소녀의 기괴한 성장 스토리로 승화되며 박찬욱 영화세계의 찬란함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버라이어티 할리우드 리포터 가디언 등 유력 외신들은 경외에 가까운 찬사를 쏟아냈고 영화계 관계자들은 박찬욱 감독을 만나기 위해 자리를 가리지 않고 그의 뒤를 쫓았다. 아직까지 영화를 보지 못한 관객들은 남은 세차례의 '스토커' 상영 티켓을 구하느라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완벽한 성공이다. 월드 프리미어를 마친 직후인 22일 박찬욱 감독과 마주 앉았다. -월드 프리미어를 마쳤다. 소감은. "완성한지 7개월 만이다. 다 만든 영화를 이렇게 오래 묵혀둔 게 처음이라 마치 소화가 안된 것처럼 길고 지루했는데 마침내 보여줄 수 있게 된 것 자체가 너무 행복하다. 물론 반응이 좋으니 기분도 좋다." -관객과 함께 영화를 관람해 보니 어땠나. "그 동안 한국어로 만든 영화를 외국 관객이 보면 무서운 장면 등에선 모두가 대체로 비슷한 반응을 보였지만 유머에 있어서만은 문화 장벽을 넘기가 어려워 위트있는 표현에서도 웃지 않는 경우가 있어 속상했는데 이번엔 영어로 만든 영화라 그런지 의도한 부분에서 다 웃는 관객을 보는게 참 특별한 경험이었다." -주요 매체들의 리뷰가 극찬 일색이다. "대충 요약해서 듣기만 했다. 프로듀서가 버라이어티에 나온 리뷰는 액자로 걸어놔도 좋을 정도라고 하더라. 의도했던바를 모두 잘 잡아낸 것 같다. 촬영에 있어 그레고리 크렛슨까지 언급한 것 보고 꽤나 놀랐다." -배우들의 반응도 궁금하다. "다들 굉장히 흥분했다. 한 프로듀서가 앞으로 영화 역사에서 샤워 장면 논하려면 '싸이코'보다 '스토커'를 먼저 연상하게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해줬는데 미아가 정말 좋아했다. 노출도 있고 해서 본인에게는 엄청난 도전이었을텐데 큰 보상이 된 듯 하다." -영화 속 등장하는 다양한 사운드의 효과가 대단하다. "늘 해오던 대로 했는데 전작들에 비해 구성이 단순하고 인물이나 장소도 조용한 편이다 보니 내가 디자인해 넣은 사운드가 관객들에게 더 잘 느껴진 것 같다." -영화 속 드러나는 히치콕의 영향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들도 많다. "당연히 히치콕의 '의혹의 그림자'의 영향을 받았다. 웬트워스가 썼던 각본에서부터 그랬다. 주인공 이름이 '엉클 찰리'이니 말할 나위가 없지 않나. 한 때는 그런데서 벗어나고 싶어 찰리의 이름을 바꾸자고 주장했던 적도 있다. 의도적으로 내 연출에 히치콕스러운 것들을 집어넣으려고 애쓰지는 않았지만 원래 각본에 있는 것을 지우고 싶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영화를 보니 '의혹의 그림자'뿐 아니라 '싸이코'의 영향도 분명 있는 것 같다. 매튜의 모습에서 앤서니 퍼킨스가 생각나기도 한다. 나를 감독의 길로 이끌어준 히치콕이란 감독의 영향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는 작품이다." -배우 매튜 굿의 발견이 놀랍다. "처음 영상통화를 길게 대화할때부터 이미 그에 대한 많은 것을 발견했었다. 실제 성격은 아주 까불고 웃긴 친구다. 미아가 매튜 때문에 웃음을 참느라 촬영을 못하고 수십번씩 다시 찍어야 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언뜻언뜻 발견되는 무엇이 있다. 순간순간 발견하게 되는 싸늘한 느낌 뭔가 속마음을 감추고 짓는 듯한 미소 공허한 눈빛 등은 모두 매튜 본인의 모습에서 발견된 것이다. 다른 배우였다면 다른 식으로 접근했을 것이다." -'스토커'가 전작들과 비교해 같은 점 혹은 다른 점이 있다면. "잘 다듬어진 세공된 느낌은 전작들과 비슷한 것 같다. 거친 붓으로 일필휘지하듯 슥슥 멋있게 그린듯한 영화가 아니라 가느다란 붓으로 하나하나 칠한 그림같은 영화라는 점이 그렇다. 한국에서 만든 영화들은 선한 사람이 윤리적인 고민을 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스토커'는 선악이 모호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다는 점이 다른 듯 하다." -기대하고 있는 한국 팬들에게 한마디 전한다면. "미국 관객들도 쉽게 볼 수 있도록 만들었으니 한국 관객에게는 더 쉬울 것이다. 내 영화가 어렵다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겁 먹을 필요 전혀 없다." 파크 시티=이경민 기자 [email protected]
2013.01.24. 17:57
"제주 4.3사건 이야기를 미국 본토에서 보여줄 수 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다." 영화 '지슬'로 2013 선댄스 필름 페스티벌 월드 시네마 드라마 경쟁 부문에 초청된 오멸 감독은 선댄스를 '미국인들에게 새로운 역사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기회'라 정의했다. 동시에 '지슬'을 초청한 선댄스를 통해 "나에겐 미국이 얼마나 건강한지 느낄 수 있었던 기회"라고도 설명했다. '지슬'은 1948년 4.3사건 당시 미군이 해안가 주민에게 소개령을 내리자 내륙 동굴에 모여든 사람들이 겪게 되는 일을 우리 전통의 제사형식으로 풀어낸 영화다. 제주출신인 오멸 감독은 충무로에는 낯선 이름이다. 공연.축제 기획자로 활동하는 한편 그 동안 제주를 배경으로 '어이그 저 귓것' '뽕똘' 등의 독립영화를 만들어왔다. -처음으로 선댄스에 와 미국 관객과 만나게 된 소감은. "솔직히 선댄스의 분위기를 잘 몰랐는데 주변 사람들 특히 제주분들의 반응을 보고 '오기 힘든 데 온것이구나' 실감을 하게 됐다. 4.3 이야기를 미국 본토에서 보여준다는 데 대해서는 기대 반 부담 반이다." -미국이란 나라에 대한 생각은. "어렸을 때는 미국을 정말 좋아했다. 그러다 나이가 드니까 반미 감정이 생기더라. 하지만 '지슬'은 미국을 탓하는 영화는 아니다. 어느 나라건 역사 속에서 잘한 일도 잘못한 일도 있을테니까. 미국이란 나라가 다른 나라의 역사에 어떤 식으로 관여했던지를 보여줬을 뿐이다. 이번에 선댄스에 초청받으면서 느낀 점인데 제 3세계 소국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점에서 미국이 문화예술적으로 참 건강한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 -선댄스가 '지슬'의 어떤 점을 높이 샀다고 보나. "영화가 제의적인 형식을 가지고 있는데 조금은 생소하고 어려울 수도 있는 그 부분이 장점이 되지 않았나 싶다. 흑백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화면의 질감에 신경을 많이 쓴 점도 좋게 봐준 것 같다." -특별히 흑백을 선택했던 이유가 있나. "제주도는 한국 최고의 관광지다. 바다와 억새풀이 갖고 있는 컬러풀한 이미지 있다. 하지만 그 아래는 아픈 역사와 슬픔의 색이 있다고 봤다. 영화 자체를 화려한 색상 속에 가려진 슬픔의 색으로 설정하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한국화를 전공한 점도 영향을 줬다." -앞으로의 계획은. "로테르담 샌프란시스코 등에서 열리는 영화제에 초청됐다. 한국에서는 4.3사건의 발단일이었던 3월1일 제주에서부터 개봉할 예정이다. 3주간 제주도에서만 먼저 개봉할 예정인데 그 동안 관객 1만명을 채우는게 목표다. 지역 영화의 가치를 보여주고 싶다. 이후 서울로 이어 와 두달 동안 상영하는 동안 3만명을 채웠으면 한다. 4.3 당시 돌아가신 분들이 공식적으로 3만여명이었기 때문에 의미가 있을듯 하다. 그 정도 관객이 극장에 와준다면 '도가니'가 그랬듯 '지슬'도 어떤 방식으로든 정치적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믿고 그러길 바란다." 파크시티=이경민 기자 [email protected]
2013.01.24. 17:50
"보고 나면 '이게 뭐지' 하며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김송이 감독은 단편 애니메이션 '바이츠 오브 더 테일(Bites of the Tale)'로 2013년 선댄스 필름 페스티벌 쇼트 프로그램 애니메이션 하일라이트 부문에 초청된 주인공이다. 밝고 명랑한 목소리와 만 서른이란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앳된 외모를 지녔지만 작품은 영 딴판이다. '바이츠 오브 테일'엔 만성 위장병에 시달리는 아내와 지극히 직업적 태도로 그녀를 대하는 담당의사 뱀을 잡기 위해 공터를 헤매는 남편과 그에 대한 이야기를 아내에게 일러 바치는 여동생까지 네 명의 주요 인물이 등장한다. 모두가 꼬리에 꼬리를 문채 구하고자 하는 정답을 찾지 못하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대변한다. 9분짜리 짧은 단편이지만 서로 다른 가치를 각자의 방식으로 찾아가는 여러 인간 군상의 모습이 서늘하게 그려져 보는 이에게 진한 여운을 남긴다. 김 감독의 15살에 아이들와일드 예술학교로 유학와 캘리포니아 인스티튜트 오브 아츠를 졸업하고 LA지역을 중심으로 프리랜서로 일하며 광고와 뮤직비디오 개인 작품 활동 등을 겸하고 있다. -첫 선댄스 참가 소감은. "기분이 정말 좋다. 여러 페스티벌을 가봤지만 선댄스는 영화에 대한 관심과 열정으로 가득한 사람들이 많아 훨씬 재미있다." -작품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만족스럽나. "어두운 스타일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고 종이 위에 손으로 그려 일일이 스캔한 드로잉을 좋게 보는 분들도 꽤 있는 듯 하다. 같은 부문에 초청된 스페인 감독은 '진짜 잘 그렸고 진짜 이상하다'고 해주시더라. 기분은 좋았다." -어떻게 착안하게 된 작품인가. "나이가 들면서 '정답'을 찾는다는 게 참 힘들단 생각을 하게 됐다. 서로의 생각에 누구도 동의하거나 만족하지 못하고 좋은 것과 나쁜 것의 경계가 티미해져 그 무엇도 결심하기가 힘들어진다. 이렇게 저마다의 방식으로 정답을 갈구하고 원하는 바를 찾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작품 속 인물을 통해 상징적으로 표현해보고 싶었다. 작품 전체에 나오는 뱀의 이미지는 최근 내시경을 했던 경험에서 비롯됐다." -'바이츠 오브 더 테일'만의 특별한 점이 있다면. "흔히 애니메이션 하면 떠올릴 수 있는 귀엽고 재미난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다. 전개가 확실한 스토리텔링도 아니고 모션이 크지도 않다. 대신 상징적이고도 여러 레이어가 깔려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애니메이션 그 자체에 있어서는 눈동자의 미세한 움직임 등 아주 조그만 모션들에 많이 신경을 썼다." -평소에 영감은 어디서 얻나. "매일 일기를 쓴다. 고민거리가 있을때면 뭔가를 계속 써내려가며 내 자신을 들여다보고 셀프 힐링을 하는 편이다. 사람의 심리나 인간 관계 특히 문제가 있거나 불안한 심리와 관계에 관심이 많다. 거기서 많은 아이디어가 오는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은. "바이츠 오브 더 테일'을 여러 다른 영화제에 출품 중이다. 조만간 판화 작업에도 좀 도전해보고 싶다. 한국 사람을 그리진 않아도 한국 사람의 정서가 묻어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그래서 작품을 통해 더 많은 한국분들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파크시티=이경민 기자 [email protected]
2013.01.24. 17:47
선댄스 영화제는 배우 겸 감독인 로버트 레드포드가 할리우드 상업주의에 반기를 들며 1985년 설립한 세계 최대 규모의 독립영화제. 매년 1월 미국 유타주의 작은 휴양도시 파크 시티에서 10일간 열린다. 선댄스라는 이름은 로버트 레드포드 주연의 1982년작 '내일을 향해 쏴라(Butch Cassidy And Sundance Kid)' 에서 따왔다.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로 대표되는 거대자본으로부터 벗어나 소자본과 실험적 작가정신을 시도하는 젊은 영화인들의 축제로 이름높다. 칸 베를린 베니스 등 유럽의 유명 영화제에 비해 한국에선 인지도가 낮은 편이지만 미국 영화산업과의 교류와 할리우드 진출을 위한 선댄스의 역할과 중요성이 대두되며 올해 처음으로 선댄스 필름페스티벌에서 '한국 영화의 밤'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이경민 기자 미래 영화계 책임질 영화인 한자리 젊음·열기 가득한 축제의 장 박찬욱 감독 '스토커' 관심 후끈 미국 최대의 영화 축제. 내일의 영화계를 책임질 재능있는 영화인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곳. 배우 감독 제작자 작가 평론가 할 것 없이 모두가 한데 어울려 영화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는 자리. 선댄스 필름 페스티벌을 세계 각국의 어떤 영화제보다도 젊음과 열기가 가득한 축제의 장으로 유명하다. 2013년 선댄스의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고무돼 있었다. 지난해 선댄스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던 '비스트 오브 더 서던 와일드(Beast of the Southern Wild)'가 제 85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과 감독상 등 4개 주요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는 쾌거를 기록하자 또 다른 '선댄스의 기적'을 꿈꾸는 영화인들의 의욕과 패기가 한껏 끓어올랐기 때문이다. 특히나 극영화 경쟁부문엔 흥미로운 작품들이 대거 몰렸다. 레즈비언 성매매라는 다소 자극적일 수도 있는 소재를 차분하고도 깊이 있게 다룬 영화 '콘커션(Concussion)' 지난 2009년 경찰이 아무런 무장도 하지 않은 흑인 청년에게 총격을 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을 다룬 영화 '프루트베일(Fruitvale)'은 상영 직후 이어진 관객과 평단의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웨인스타인 컴퍼니와 판권 계약을 맺었다. 대니얼 레드클리프가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된 '킬 유어 달링(Kill Your Darling)'은 소니 클래식에 샤일린 우들리 주연으로 10대의 사랑과 우정을 표현한 '스펙타큘러 나우(The Spectacular Now)'는 신생 배급사인 A24에 판권을 넘기며 선댄스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영화제의 위상과 영향력이 점점 커지면서 신인감독이나 저예산 독립영화 뿐 아니라 톱스타가 출연한 스튜디오 영화들도 줄줄이 선댄스를 찾았다. 특히나 올 하반기 개봉될 할리우드 기대작을 선공개하는 프리미어 섹션은 무척이나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했다.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Stoker)'는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관심을 모은 화제작이었다. 박 감독과 함께 프리미어 현장을 찾은 니콜 키드만이 올해 선댄스 최고의 스타였음은 말할 것도 없다. 배우 조셉 고든 레빗의 감독 데뷔작인 '돈 존스 어딕션(Don Jon's Addiction)'과 '비포 선라이즈(Before Sunrise)' '비포 선셋(Before Sunset)'시리즈의 완결판인 '비포 미드나잇(Before Midnight)'은 영화제 초반을 뒤흔든 인기작이었다. 반면 애쉬튼 커처를 주연으로 내세워 애플의 창업자였던 스티브 잡스의 생애를 다룬 영화 '잡스(jOBS)'와 이혼한 부부의 자녀가 왜곡된 자아상을 가진 채 커 나가는 과정을 경쾌하게 그린 작품 'A.C.O.D.'는 영화제 후반 관객몰이를 책임졌다. 다큐멘터리 부문에서도 화제작이 대거 쏟아져 나왔다. 미국 사회를 뜨겁게 달군 흥미로운 인물이나 사회 현상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담아낸 시의성 있는 작품이 여럿 출품된 덕이다. 오사바 빈 라덴 사살 작전에 큰 공을 세웠던 여성 CIA 요원들을 기록한 '맨헌트(Manhunt)'나 위키리크스를 둘러싼 다양한 논쟁과 사실을 다룬 '스토리 오브 위키리크스(We Steal Secrets: The Story of WikiLeaks)'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부통령이었다는 평가를 받는 딕 체니 전 부통령을 분석한 '월드 어코딩 투 딕 체니(The World According to Dick Cheney)'등은 상영회마다 티켓 매진 사례를 기록해 각 소재에 대한 미국인들의 비상한 관심을 증명했다. 지난해 NBA계에 파란을 일으켰던 대만계 농구선수 제레미 린의 이야기를 다룬 '린새니티(Linsanity)'역시 많은 이들의 흥미를 끈 2013 선댄스의 히트작이다. 사실 선댄스는 이처럼 매년 규모를 키우고 성장해 나갈수록 심한 자가당착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영화제다. 거대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영화의 장을 지향하며 시작됐기에 갈수록 상업화되어가며 그 본질을 잃는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제의 설립자이자 '선댄스 스피릿' 그 자체인 로버트 레드포드는 올해 선댄스 개막 기자회견에서 단번에 이 모든 우려를 명쾌히 불식시켰다. "선댄스는 상업성을 추구하지 않는다. 대신 다양성을 추구한다. 오늘날의 선댄스는 우리가 추구하는 다양성이 상업성까지 겸비했음을 증명해주는 축제일 뿐이다." 다양성과 상업성이 만난 2013년의 선댄스. 거기에 할리우드의 미래가 있었다. 파크 시티=이경민 기자 [email protected]
2013.01.24. 17:41